전체기사종합광주하남시티칼럼
편집 2021.09.18 [09:31]
기사제보
HOME > 사 회 >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무는 김삿갓
<김시화 칼럼>방랑시인 김삿갓이 주는 교훈(제1회)
김시화

김삿갓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방랑시인’이라는 단어다. 우리에게 흔히 김삿갓(金笠; 김립)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는 시인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이고 별호는 난고(蘭皐)다. 김삿갓이라는 명칭은 그가 항상 삿갓을 쓰고 다녔다는 행적에서 유래한 이름일 뿐이다.

 

그는 조선시대에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는 권세를 가지고 있다는 명문 안동 김씨의 후손으로, 1807년(순조7)에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863년(철종14)에 전라도 동복(同福 : 전남 화순)에서 객사하였다. 객사한 그의 시신을 아들 익균이 영월로 옮겨 장사를 지내는 바람에 그의 산소는 현재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영월군은 그 일대를 김삿갓 유적지로 조성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지방 수익 사업으로 활용 중이다.

 

약 20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인의 이름은 우리 주위를 맴돌며, 우리들의 대화 중에 등장하곤 한다. 안동 김씨의 후손이라고는 하지만 벼슬을 해서 이렇다 할 치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그저 방랑 시인으로 시를 읊었을 뿐인데, 한 시대를 풍미한 문장가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고상한 시를 읊은 것도 아니다. 가끔은 자연을 노래한 시도 있지만, 차마 지면에 담기 힘든 그런 시도 거침없이 읊었다.

 

그러나 세상을 한껏 풍자한 그의 시가 무언가 매력을 주기에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시를 감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인은 무엇보다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먼저 감상해 볼 시는 그가 어느 부잣집에 가서 밥 한 끼를 청했더니 쉰 밥을 주자 그 밥을 먹으며 읊었던 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로, 배가 고파서 그 밥을 먹기는 했지만, 사람대접받지 못하는 서러움을 시 한 수에 담았던 것이다.

 

二十樹下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이십수하

이십수하삼십객   사십가중오십식

인간개유칠십사   불여귀가삼십식 

 

얼핏 보기에는 나이 삼십인 나그네가 사십이라는 집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숫자가 내포한 의미를 되새기면 아주 기묘한 시가 된다. 

 

첫 구절의 ‘삼십’은 서른이니 ‘서러운’이 되어 ‘삼십객’은 ‘서러운 나그네’가 되고, 둘째 구절의 ‘마흔’은 ‘망할’과 어감이 비슷하고, ‘오십’은 ‘쉰’이니 ‘오십식’은 ‘쉰밥’이 된다. 그리고 시째 구절의 ‘칠십’은 ‘일흔’이니 ‘칠십사’는 ‘이런 일’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맨 마지막 구절의 ‘삼십식’은 첫 구절과 마찬가지로 ‘설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말로 새롭게 해석해 보자.

 

스무나무 아래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가

망할 집에서 쉰 밥을 먹네.

인간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집에 돌아가 서러운 밥을 먹으리. 

 

방랑 중인 자신의 서러운 처지를 그대로 나타낸 이 시 한 수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시의 귀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도 서러운 밥을 먹는다고 했다. 필시 무언가 사연이 있는 방랑 시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김시화/하남YMCA이사장/서울외대석좌교수

 

이 기사의 저작권은 시티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 위배시 법에 의해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사용 문의=031-794-7830
기사입력: 2021/07/26 [16:26]  최종편집: ⓒ 시티뉴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관련기사목록
[오피니언 칼럼] 양반전 김시화 2021/09/14/
[오피니언 칼럼] 정치의 명분 김시화 2021/09/07/
[오피니언 칼럼] 언론이 중심 잡아야 백성이 바로 선다 김시화 2021/08/30/
[오피니언 칼럼]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 김시화 2021/08/23/
[오피니언 칼럼] 석연치 않은 시작 김시화 2021/08/17/
[오피니언 칼럼] 삿갓으로 세상을 가리다 김시화 2021/08/10/
[오피니언 칼럼] 김병연의 장원급제 김사화 2021/08/02/
[오피니언 칼럼]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무는 김삿갓 김시화 2021/07/26/
[오피니언 칼럼] 우리의 선택 김시화 2021/07/19/
[오피니언 칼럼] 선진각국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김시화 2021/07/12/
[오피니언 칼럼] 산업분류를 통한 4차 산업의 이해 김시화 2021/07/06/
[오피니언 칼럼] 3차와 4차 산업혁명 김시화 2021/06/28/
[오피니언 칼럼] 2차 산업혁명 김시화 2021/06/21/
[오피니언 칼럼] 1차 산업혁명 김시화 2021/06/14/
[오피니언 칼럼] 한 줄기 빛을 찾아서 김시화 2021/06/08/
[오피니언 칼럼] 만주국(滿洲國) 김시화 2021/05/31/
[오피니언 칼럼] 일본의 만주(滿洲)에 대한 투자 김시화 2021/05/25/
[오피니언 칼럼]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연합국의 만행 김시화 2021/05/18/
[오피니언 칼럼] 미⋅중 전쟁은 역사와 문화에서 출발 김시화 2021/05/10/
[오피니언 칼럼] 미⋅중 패권 전쟁의 명과 암 김시화 2021/05/03/
최근 인기기사
시티뉴스소개개인정보처리방침저작권보호 규약청소년보호정책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e시티뉴스 등록번호(경기아00015. 2005년 10월 20일)
경기도 하남시 대청로 26, 806호(신장동 524 하남리빙텔 806호) 대표전화 : 031-794-7830
광주지사:경기도 광주시 탄벌길37번길 33-12
종별:인터넷신문. 발행인겸 편집인: 고승선 청소년보호 책임자: 한근영
Contact k2ctnews@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