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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항아리
허정분 시인 ‘바람이 해독한 세상의 연대기’ 연재
허정분

신구미월령, 여린 새는 재를 넘지 못한다고 했던가. 적은 나이테로는 범접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초로의 시인, 허정분 작가는 세월이라는 텃밭에서 뿌리내린 편린들을 주워 언어로 담금질하고 곱게 수놓아 ‘바람이 해독한 세상의 연대기’ 제목의 시집을 봄 선물로 내놨다.   

 

‘바람이 해독한...’은 시산맥이 제30차 기획시선 공모당선으로 출간한 시집이다. 

 

‘묵은 된장냄새가 진동한다.’는 그의 표현처럼 이 시집은 한 편의 진한 감동이 스며있는, 삶의 노래이기도 하다. 

 

정우영 시인은 시 해설을 통해 ‘허정분 시집에서 경건한 헌신을 발견한다.’며  ‘한 생이 받아 적은, 간절한 응축의 무늬’라고 한 마디로 압축했다. 

 

<시티뉴스>는 광주 ‘너른 고을’을 대표할 수 있는 허 시인 시집에 수록된 시들을 연재, 독자들과 함께 ‘바람이 해독한 세상의 연대기’로 안내하려 한다. <편집자 주>    

 

 

꽃 피는 항아리 

 

석 달 열흘 볕 바라기한 항아리에서

곰팡이 꽃이 피었다

 

잎도 뿌리도 없이

조선 토종 쓰디쓴 인내로 피워낸 

꽃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꽃이 피었다

 

못생긴 메주덩어리란 모욕을 

기어이 문드러진 속내로 드러내는

검붉은 빛이 감도는 간장 항아리

 

한 해 장이 달구나

짜디짠 소금물을 달다고 한 어머니는 

어디서 애간장을 졸이고 계실까

 

흰 소금 꽃 거둬내고 가마솥 가득 불을 지핀다

온 집 안에 넘쳐나는 간장 냄새

항아리에 가두고 밀봉한다

 

간장과 된장의 염장은 

이렇게 펄펄 끓인 사모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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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10 [08:48]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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