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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씨의 깨끗한 퇴진을 보고 싶다 - 전국
시티뉴스

김영삼씨가 이른바 대권 정치의 시동을 걸었다. 2일 민국당 김윤환 대표 대행이 이른바 지역 연대를 통한 정권 창출론을 펴자 여기에 김영삼 씨가 장단을 맞추었다. 김윤환 씨의 지역 연대를 통한 정권 창출론이나 김영삼 씨가 줄곧 주장해온 영남정권 창출론은 표현만 다를 뿐 경상도 패권주의를 모태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지난 4.13 총선때에도 김영삼씨는 자신이 참여함으로써 현실 정치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한나라당 쪽으로 힘이 실리자 이번에 다시 한번 그런 시도를 강력하게 해보려는 것이다.

우리는 한 자연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 그 자체를 문제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김영삼씨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연인으로서의 도를 넘어 경상도 대중들에게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는 행태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줄곧 경상도 패권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으며, 이것은 경상도 지역주민의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의 퇴임 후의 행태가 우리 정치 문화에 분명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적인 예이다.

그가 경상도 패권주의에 의지하여 행한 발언들이 먹혀들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 정치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그가 습관적으로 영남후보를 들먹이는데, 이것은 우리 나라 현대 정치사의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소위 경상도 지도자(?)들과 이른바 경상도 엘리뜨들이 정치 권력을 차지해온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김영삼씨 자신이 뭐 대단한 인물이라거나 경상도 지역민들에게서 그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소위 전라도 사람이 권부에 있는 현 상황에서 자신들의 실수로 정권을 잠시 빌리어 주고 있는 상황에서 경상도 지역 주민들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김영삼씨는 한껏 자극하고 있으며, 이것이 경상도 지역민들에게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수십년 동안 야당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이 나라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서 있었던 인물임을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어찌 되었건간에, 이 나라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에 충실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가 재임 중 남북한 관계는 악화되었고, 무엇보다도 민족사 초유의 대란인 아이엠에프 관리 체제하에 들어간 것은 누가 보더라도 그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자신에 대한 격하(?)가 현재의 민주당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강변해 온 것에서 보듯, 그는 자신의 모습이 왜곡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자신의 공은 무시되고 과만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는 최근에 아이엠에프 사태에 대하여 자신이 재임 시절 야당 당수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많은 양식있는 국민들의 비난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한 것인 줄 알면서도 집요하게 영남정권 재창출이라는 구호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일거에 회복해보겠다는 야심 때문이다. 우리는 김영삼 씨의 이런 감정적인 말과 행태에 대하여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지역감정이라는 구 시대의 산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명예를 회복해보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김영삼 씨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답게 자신의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자신이 지녔던 과거의 화려한 민주화 경력에 걸맞게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하여 헌신하는 길밖에 없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재임 중에 있었던 실정(失政)에 대하여 국민에게 사과해본 적이 없다.

경상도 패권이라는 것에 의존하여 어느 세력이든 손을 잡고 차기 정권 창출에서 다대한 역할을 하겠다는 그를 보면서, 국민들은 원로다운 원로가 없는 우리 사회의 천박함을 또 다시 곱씹어야 한다.

우리 정치의 퇴행성은 소위 정치 지도자들에 의하여 조장되는 경우가 많다. 승자가 되어야 역사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주는 표식이다. 김영삼씨가 다시 정치 일선에 노골적으로 자신을 등장시킨 것은 이런 후진적 정치 문화가 만들어낸 볼꼴 사나운 광경이다.

김영삼씨는 아직 깨끗하게 퇴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간적인 우리 인민들은 김영삼씨의 깨끗한 퇴진을 지켜보고 싶다.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국민의 분열을 부추겨 자신의 명예를 챙기려는 추한 작태를 그에게서 더 이상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한정석 객원기자 E-Mail:hanjs@c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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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0/09/05 [00:00]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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