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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넘어야할 난관 - 전국
시티뉴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났다는 보도가 평양발로 전해져 왔다. 남북한 공동 합의문 발표가 31일 오전에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12시가 넘은 지금 남북한공동합의문 발표 소식이 아직 없다. 의제의 성격 상 양쪽의 의견 절충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합의문 발표는 훨씬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의 의제 가운데는 군축 문제 등 북측에게 상당히 부담이 가는 것들이 들어있다. 군축 문제는 사실상 남과 북이 언제고 해결하기는 해야할 뜨거운 감자다. 김대중 정부에 대하여 미국 정부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남한의 수구 언론 및 수구 세력의 집요한 물타기 작전의 주 메뉴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군 포로 문제, 납북자 문제 등도 북한측이 대하기에 껄끄러운 의제도 들어 있다. 북한측은 민감한 정치/군사적 의제보다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경제 협력 문제에 상대적으로 강한 집착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김정일 체제의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회담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우리가 예측했듯이 이번 회담에서도 군축 문제에 대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어려운 경제 사정과 국제적 고립을 피하여 남한과의 대화에 나서긴 했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정치 문제나 군사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상당 기간 체제에 대한 즉각적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을 군 직통 전화의 가설 문제 같은 것은 그리 어려운 사안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도 북한 고위급의 결단이 없이는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측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커다란 선물을 남측에 안겨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고 있는것 같다. 군사 문제에 관한 한 앞으로 계속될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한다는 선에서 합의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우리가 관심해야 할 대목은 이산 가족 상봉 규모를 확대하는 문제와 상봉 횟수를 늘리고 정례화하는 일일 것이다. 다른 어떤 사안보다 시급하고, 또 통일에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여전히 신뢰 회복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도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다.

정치나 군사 문제를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남한 수구 세력의 주장에 남측 협상 대표단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 대표단이 이들 수구 세력의 주장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 것은 북한 당국에게도 이번 회담에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게 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에게 그 책임을 돌려야 한다. 대북 정책으로 그나마 근근히 지도력을 발휘해 나가던 것이 실책을 거듭하면서 수구 세력에게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김대중 정부의 실정이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김영삼 정부의 집권 후반기가 불길하게 떠오른다. 김영삼 정부는 초반의 전향적 대북 정책을 강하게 펼쳤지만, 집권 후반기 실정을 거듭하면서, 보수 세력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대북 강경 자세로 돌아서 버렸다.

김대중 정부는 이제 집권 후반기, 소위 레임덕(lame duck) 현상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그간 현 정부의 여러 가지 실정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으로 상징되는 현정부의 대북 정책의 성공적 수행으로 김대중 정부는 추락한 지도력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정치의 실패가 계속되면서 개혁 세력이 활동할 공간까지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사이 수구 언론을 비롯한 수구 세력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국가안보와 남북 화해는 별개라는 엉뚱한 논리로 현 정부와 김일성 정권을 압박해 왔다. 북한은 어쩌면 이런 김대중 정부의 약점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연결지은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남북한 당국의 이런 계산법은 남북한이 안고 있는 실질적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어버릴 지도 모른다. 김대중 정부가 유일하게 치적을 내세울 수 있는 대북 정책이, 북한의 협조가 없이는 내리막 길을 걷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에서 생겨난다.

남한에서는 수구 세력의 김대중 정부에 견제가 갈수록 거세어지고, 소위 햇볕 정책마저도 벽에 부딪히게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에도 역작용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북한은 남한을 도움의 대상으로만 삼고, 대화의 실질적 상대를 미국으로 바꾸어버릴 지도 모른다. 이것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최악의 결과이며, 남한의 수구 세력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과 김대중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집권 후반기의 개혁 정치를 펼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 정치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북 정책에서도 좋은 결실을 얻기 어렵다.

한정석 객원기자 E-Mail:hanjs@c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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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0/09/01 [00:00]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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