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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 (雜穀)은 약곡(藥穀)이다
우선희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용해 온 농작물 중에서 농업생태계의 구성인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식생활과 민속문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왔으면서도 경제논리에 따라 한동안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근래 들어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치유식품으로서 국민들의 건강에 기여할 것으로 예견되며, 그 효용가치가 더욱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작물이 있는데 그것이 잡곡이다. 

 

잡곡을 사전에서는 “쌀 이외의 온갖 곡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광의의 잡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쌀과 맥류 및 두류를 제외하고 조, 기장, 피, 메밀, 수수, 옥수수, 율무 등을 협의의 잡곡으로 분류하고 있고, 업계에서도 잡곡의 범주에 맥류는 포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곡류로 이용되고 있는 댑싸리, 아마란스, 퀴노아 등도 있다. 또한 적미, 흑미 등의 유색 고대미를 잡곡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필자는 잡곡분야에 오랫동안 연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건강기능성 식품소재로서 대표적인 메밀뿐만 아니라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항산화 효능이 높으며, 또한 타닌 성분이 들어 있어서 당뇨병 예방에 좋은 수수를 돌연변이 처리에 의해 중간모본과 신품종을 육성했다, 조, 기장, 피를 국내외로부터 유전자원 수집과 기능성원료 후보를 발굴했다. 현재 농촌진흥청 지정 농업생명자원 관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재래시장이나 대형 식품매장에 가보면 잡곡상품이 즐비하게 진열한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소포장한 다양한 종류의 단일 품목 또는 혼합곡이 생산지 고유의 브랜드를 달고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정의 핵심은 쌀이 중심이었고 소비자도 쌀밥 위주의 식생활이 대세였다. 1985년에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28kg을 웃돌던 것이 2015년 63kg에서 2022년에는 56.7kg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 대신 육류, 밀가루, 과일 등 쌀 이외의 다른 종류의 먹거리 섭취가 많이 늘어났다.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이 가져온 식생활의 변화는 동물성식품, 인스턴트 식품, 정제식품 등 위해식품의 소비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은 스트레스, 공해 등 여러 가지 요인과 함께 생활습관병 (성인병)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구황작물로만 치부되어 점차식단에서 사라지고 농가에서 조차 씨가 마를 지경에 까지 이르렀던 잡곡이 다시 소비자들로부터 약곡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오늘날 잡곡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주곡중심에서 비롯되는 영양편중과 과도한 동물성 식품섭취, 서구식 식생활과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비만 인구 증가와 이로 인한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 및 유병율의 증가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잡곡이 상당히 유용한 영양적 가치와 효능 및 인체생리 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잡곡에는 양질의 탄수화물과 지방과 단백질 그리고 여러 가지 미량원소가 인체의 필요에 맞는 균형으로 함유되어 있다. 잡곡의 작은 알곡에는 모든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으며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B군도 풍부하다. 그러므로 잡곡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건강기능 활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가능성식품 산업화 연계를 하고 있다

 

한국의 풍토에서 자란 토종 잡곡에는 5대 영양소 외에도 비타민B, 마그네슘 등 한국인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고르게 들어 있어 채소와 육류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현대인의 식생활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의 귀중한 공급원이 되고 있다. 크기, 모양, 색, 맛 등에서 각각 개성이 있는 잡곡은 보기 좋고 영양 만점이며 맛도 좋다는 점에서 3박자를 고루 갖춘 매력이 넘치는 색재로서 최고다. 

 

그리고 잡곡은 볼륨감도 충분하고 소화가 잘 되는 등 육류, 어류, 계란을 대신하는 새로운 미식가의 식재로서 이용될 가능성도 높다. 과학기술발달로 식문화에도 기능주의와 환원주의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예를 들면 양질의 단백질, 베타카로틴, 비타민등과 같은 어느 특정물질만을 고려하여 그것만을 기능성 식품이나 식재로서 섭취하는 것을 추구하는 기능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 우선희 교수     ©시티뉴스

그러나 잡곡은 그러한 경향과 다른 방향성을 나타내 이른바 전체성의 문제, 즉 다양성을 대지로부터 받아들인다는 개념에 따른 총합적인 영양 가치를 제시하는 특징이 있다. 가공도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것을 섭취하여 얼굴, 형태까지 변했다고 한 예기가 있을 정도로 환원주의를 배제하고 총합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잡곡의 이용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잡곡을 전곡 (whole grain)으로 이용함으로써 잡곡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점도 간과 할 수 없는 잡곡의 가치이다. 즉, 가장 영양성분이 있는 배아부분을 깍지 않고 5분도나 3분도처럼 배아를 그대로 먹고 껍질도 상당부분 섭취하는 전곡식 (全穀食)에 적합한 작물이 잡곡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잡곡에는 신비한 힘(力)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의학적, 식품영양학적 관점에서도 잡곡의 가치를 더욱 더 심도 있게 연구개발해야 하며, 광주시의 전략작물로서 특산 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잡곡의 활용도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하길 바란다 

 

<우선희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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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02 [10:08]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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