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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의 악몽
김보연

문화기획자인 내가 20년 가까이 주기적으로 꾸는 악몽이 있다. 그 악몽의 내용은 비슷하다. 공연 당일 관객이 하나도 없는 텅 빈 객석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내 모습과 페스티벌 당일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썰렁한 행사장의 모습이다. 기획자들에게 고객의 관심은 콘텐츠의 희소성이나 가치와는 별개로 늘 압박으로 다가오는 책임감이다.
 
잠시 ‘라떼족’으로 빙의해서 14년 전 이야기를 꺼내 보자면, 하남문화예술회관 공역기획팀 주임이었던 나는 현수막 게시, 포스터 부착, 리플릿 배포를 중심으로 하는 단순 오프라인 홍보에 의존했었다. 왜냐하면 예전의 오프라인 홍보는 시간보다는 공간의 싸움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스팟 장소에 얼마나 많은 현수막과 포스터를 붙이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공간에서 재단의 홍보물이 노출되는가가 홍보를 ‘잘’ 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4년 전의 홍보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홍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제일 주목할만한 점은 고객이 콘텐츠의 단순소비자에서, 다른 고객을 끌어들일 수도 있는 생산자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현재 하남문화재단에서는 시민 유튜버(크리에이터)가 문화 프로그램과 관련된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과거의 홍보 영상들은 우리(재단)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홍보하고 싶은 정보와 고객이 실제로 관심있어 하는 요소가 다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민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한번 정제된 시각의 정보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보다 친근하고 쉽게 다가가고 있다.

 

▲ 김보연     ©시티뉴스

맛있는 예시를 들어보자면, 요즘 친구들은 신상 치킨 제품이 나오면 티비 광고나 치킨 시킬 때 짤막하게 씌어있는 메뉴판의 설명으로 해당 상품의 소비 여부를 선택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그 제품을 먹어보고 어떤 맛으로 느꼈는지 설명해주는 것에 따라서, 이 소비를 해도 괜찮을지 아닐지를 판단한다. 이처럼, 기획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객이자 생산자인 크리에이터들이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해당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미끼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라는 기획자들의 고민은 변함없는 숙제이다. 오히려 이제는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고객들과 단순 소비를 하는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가 생기기도 하였다.


이 글의 타이틀인 ‘문화기획자의 악몽’을 보고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글을 읽었다면 나는 소심한 ‘어그로’를 끌었다고 생각한다.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홍보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관심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홍보마케팅 전략이야말로 기획자들의 악몽을 길몽으로 바꿔줄 하드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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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27 [10:55]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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