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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천과 제주 민속촌을 보다
<허정분 여행기> 제주 살이...서귀포에서 일곱 번째 이야기
허정분

강정천에 내리다

강정천이라고 안내하는 곳에서 하차했다. 제주일도를 두발로 걷는 올래 트래킹보다 버스투어가 가장 적당한 형편으로 벼르던 길이다.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로 근래 들어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온 국민의 관심과 우려와 언론의 보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까지 수많은 자연보호단체들과 외부인들이 한때 반대시위를 펼치며 기지건설을 막아서는 시위대와 강정마을의 갈등과 변화를 보도하던 언론들로 인해 제주 강정은 한라산처럼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 또 미국의 참견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진행형인 마을이다. 서귀포 시민의 식수 70%가 이곳을 흐르는 물이라는 생명수인 강정천이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곳이다.

 

▲ 강정천 바위카펫     © 시티뉴스

 

다리 교각에 나부끼는 해군기지건설 반대현수막과 마을도로에 보이는 현수막이 지금도 치열한 대립각을 보여주는 강정마을의 공동의식은 해군기지건설로 인한 분열과 갈등으로 완전 나뉘었다고 한다. 마을과 떨어진 초입이라서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유원지에 몇몇의 여행객만 보일뿐 왠지 모를 무거운 느낌이 물씬하다.

 

올해 들어 강정천 중상류에서 산탄총에 맞은 천연보호종 원앙사체 13마리가 발견되고 날개를 다친 10마리까지 발견되면서 다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도한 뉴스도 나왔던 터라 조심스러운 발길이 물이 흐르는 광경에서 멈추고 말았다.

 

바다로 흐르는 왼편으로 난 산책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물길 협곡도 아니고 넓은 강도 아니고 시냇물도 아닌 유리알 같은 물길이 온통 대리석이 깔린 바닥을 구르며 구슬 굴러가는 음반으로 튕기는 음악소리가 흐르는 물이 강정천이다. 오른쪽은 수십 미터의 바위암반으로 천연요새를 두르고 해송을 보초세운 강폭이 백여 미터?로 보면 너무 좁을까 싶을 정도다. 물이 흐르는 바닥의 바위융단이 보통의 너럭바위와는 비교불가인 크고 작은 타원형으로 새긴 조각품이 너른 강폭에 쫙 깔린 암반카펫을 흐르는 물! 바다로 합수하는 무대에서 백록담 맑은 물은 강정이라는 마을의 주인공이었다.

 

수억 년의 세월이 세공한 정교한 조각위로 한라산이 품은 백록담물이 흐르고 흘러 이곳으로 와서 원앙을 키우고 은어를 회귀하게 하는 물길이 강정천이다. 수많은 하천들과는 전혀 다른 고르고 너른 수평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흐르는 물길이 여름에는 차디차서 서귀포시민들의 휴양지로 이름 높은 곳이기도 하다는 팻말이 붙어있다.

 

물도 너럭바위도 날씨도 너무 포근하고 온화해서일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던 하루살이 떼가 반가운 손님처럼 떠다니는 곳이다. 산책로 좌측 높은 절벽위에는 켄싱턴리조트가 넓은 부지 곳곳에 세워져 있는 길 그래서 더 아름답게 가꾼 흔적이 역력하다. 오솔길로 들어섰다. 해송의 검불이 융단처럼 깔린 길이다. 바로 앞에 바다가 나타난다. 신들이 만든 타원형암반에서 바다로 낙하하는 물줄기 그 합수머리에 물새 몇 마리가 그림을 그린다.

 

이 아름다운 자연에 해군기지를 세운다는 발상을 한 인간이 추구한 목적은 무엇일까 자연파괴일까 전쟁방지 목적일까 미국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주권을 좌지우지하는 논란의 중심지가 강정마을이다. 강정천이 끝나는 지점 우측으로 길게 뻗는 포구사이 바닷물을 막는 테트라포드라인이 보인다. 강정항구다. 그 길고긴 석축 끝에 등대가 보이고 좌측에선 보이지 않는 포구안에 해군기지 함대가 이동할 수 있는 기반시설물과 기지사령부가 구축되어있다고 한다.

 

▲ 바닷가 우체통     © 시티뉴스

 

바닷물과 합수하는 지점부터 반짝이는 야트막한 주성절리대가 형성되어있다. 식어가는 화산의 용암을 저리도 기묘한 걸작품으로 만든 신의 손길과 마을 오래된 정자 위 현판에 <바닷가 우체국>이 빨간 우체통과 함께 느린 편지통이란 부제로 유치환의 詩 <행복>을 아크릴 판에 세운 마을이다. 그곳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바라본 지상의 낙원은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으로 마을의 공연장이 있고 멀리 낚시꾼의 대열이 생을 낚으며 한쌍의 원앙이 합수머리에서 유유히 햇살을 받는 곳이다.

 

올레7코스로 들어가는 바닷가 방책아래 절묘한 바위군단마다 해변의 둥근 돌로 이방인들이 쌓아올린 소원탑이 수십 군데 자리 잡아서 나도 내 식구들을 호명하며 비방처럼 쌓아 올린 돌탑에 서녘 노을이 빛을 얹는다.

MB 정부시절 4대강 대운하를 반대하던 전국 시인들의 대 서사시집 <그냥 놔 두라,>의 제목처럼 제발 이 섬을 인간이여, 자연 그대로 가만 놔둬라! 그날 몇 번이고 감탄사대신 바닷물에 흘려보낸 나의 구호다.

 

제주 민속촌

한때는 제주여행 하면 의례 성읍 민속마을을 다녀와야 제대로 제주를 보고 왔다고 할 정도로 성읍마을이 관광1순위였다. 그러나 너무 많은 위락시설과 자연을 살려서 만든 관광지들이 넘쳐나면서 성읍마을보다는 더 제주다운 제주민속촌이 인기를 끈다고 본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 이란 안내문 문구처럼 제주의 오랜 전통가옥을 재현한 백여 채의 제주가옥이 민속촌 전경이다. 겨울여행이라 비교적 한산한 민속촌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육지의 삶의 속도와 겨울철 미세먼지와 한결같은 산하의 수묵화가 아닌 붉은 동백꽃과 야자수와 아열대 특유의 푸름 속에서 콘크리트 길 대신 깔린 화산석과 붉은 화산흙의 촉감은 기분부터 다르다. 이곳은 옛 방식의 가옥을 재현한 촌락이다. 정문을 지나면서 보이는 부락 제주산촌의 집과 살림살이들이 재현되어 있다.

 

▲ 민속초가     © 시티뉴스

 

정낭이라는 대문을 거치고 바람을 피해 낮은 지붕을 얹었던 초가마다 새끼줄처럼 꼰 끈이 촘촘하다.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는 피해를 막아주는 노끈이 가로세로의 방패로 지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이 귀하던 시절 물을 길어다 붓던 큰 물항아리가 놓여있고 당시의 살림살이와 사냥도구 등이 마당을 중심으로 안채 바깥채 등으로 나눠 살던 설명과 함께 적혀 있다. 중산간 마을을 비롯해 어촌 민속장터와 제주민들에게 가장 신성시되던 토속신앙을 모시던 신앙촌까지 제주의 옛 살림살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거상 ‘김만덕’을 드라마로 촬영할 때 쓰던 세트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특히 ‘덕판배’ 라는 배가 눈길을 끄는데 육지를 오가던 연륙선을 통틀어 덕판배라 하였다고 한다. 임금께 진상하던 진상품을 실어 나르고 멀리는 중국까지 오가던 무역선으로 굶주리던 제주민들에게 신화의 주인공인 여걸 김만덕이 베푼 선정을 드라마로 완성하고 난 후 포스코에서 기증한 배다.

 

단단하고 무거운 무역선으로 당시에 제주 인근연안에서 테우라는 고기잡이하던 배와는 차원이 달랐던 배였다. 지금은 조그만 고기잡이배와도 비교가 안 되게 작아 보이는 배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의 세월을 건너 이렇게 관광용으로 다시 선보이는데 이것도 모형일 뿐 실제 원형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육지의 옛 고적지에서 가끔 보는 관아가 이곳에서도 제주영문(濟州營門)으로 재현되어 있다. 이제껏 보아 온 초가가 아닌 기와를 올린 관아로 정면으로 보이는 본청과 좌우 대문을 들어서면 향리, 좌수, 별감들이 집무를 보던 향청, 영리청, 연희각 옥사 등이 있다. 연희각 앞에는 죄를 지은 죄인의 주리를 틀던 형틀과 곤장을 맞던 형구가 설치되어 있어 사지육신을 결박당하고 고문에 못 이겨 피투성이로 옥사에 갇혔을 당시의 잔혹한 상상이 따라붙는다.

 

▲ 추사 유배지     © 시티뉴스

 

특히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란 집 앞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은 세한도 라는 한 폭의 그림이 시사하는 뜻만은 아니리라 8년의 유배에서 숱한 지성인들의 정신을 후려치는 죽비 추사정신과 가장 예술적인 글씨 추사체가 이곳에서 탄생한 이면에는 이런 유배생활을 자신의 예술성으로 극복한 위대한 선인들이 계셨기에 제주가 더 우명해진 섬이기도 하다. 이 먼 곳으로 유배를 와 옥사에 갇혀 칼을 쓴 죄인의 모형에서는 저런 대역죄인의 죄명은 무엇이었을까 당시의 제도가 아프게 내 목줄도 죄어 오는데 위리안치(圍籬安置)죄인의 집까지 보고 말았다.

 

조선 중기로 내려오면서 더 가혹해진 형벌제도는 숱한 지식인을 당파의 정적이란 죄명을 씌워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먼 섬까지 유배하는 형벌도 횡행했다. 연산군때 처음 만든 형벌이었는데 연산군의 폭정이 계속되자 중종반정이 일어나고 역군으로 내쫒긴 연산군이 제주에 위리안치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하니 아이러니 한 운명의 역사라고 할 수밖에.....

 

위리안치죄인의 집은 겨우 죄인이 기거할 수 있는 방 한 칸이 주어진다. 죄인이 혹여 도망이라도 칠까 지붕과 맞닿은 가시나무를 울타리에 총총히 심어 도저히 탈출이 불가능한 옥사였다고 한다. 개구멍으로 음식이 들어가고 나오고 했기에 그곳에 갇히면 죽음 외엔 나오기 힘들었을 옥사를 보며 시대를 거슬러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이다.

 

민속촌에서는 투호놀이 고누 굴렁쇠 팽이치기 등 고유의 전통놀이를 즐길수도 있다. 또 옛날 민속품이 전시되어 당시의 생활상도 보며 매주 수요일 마다 기상이변이 없는 한 신속공연과 장터 어울림마당을 열어 관람객들과 어을리는 행사를 펼친다고 하는데 볼수 없어서 아쉬움으로 마감했다.

성읍마을과 거의 가까운 거리여서 두 곳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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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03 [11:04]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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