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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문화의 숲을 생각하자
<시티칼럼> 개발의 질주...문화가 있는 강한도시로
고승선 대표기자

고 신영복 교수는 ‘속도와 가속’에 대해 ‘속도는 가속으로 가속은 질주로 이어진다.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1m의 코스모스 길은 한 개의 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이 가을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이 된다.’고 서술한 바 있다.

 

목적지를 향해 질주 본능에만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에 비춰 그 내면에서 점차 상실해 가고 있는 가치에 대한 성찰을 일깨우는 지식인의 반성이기도 하다.      

 

광주는 지금, 수도권 개발의 변방에서 중심부를 향해 가속을 붙이고 있는 중이다. 자본의 이동을 이끄는 대중교통망이 동서에 이어 남북으로 확대될 채비를 하고 있다. 복선전철 경강선 개통은 구태의 도시에서 새로운 도시모델 잉태를 견인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축 건물들이 세워지고 가파른 산등성까지 빼곡히 들어선 빌라 촌이 말해주듯 인구는 해마다 증가해 35만에 육박했고 40만을 향해 가고 있다. 정부의 신도시 정책에서 번번이 밀려 개발에 있어서는 요원한 땅으로만 여겨왔던 아쉬움이 오래의 일처럼 생경스럽다.

 

집중호우 뒤에는 탁류가 강을 채우듯 오늘의 광주는 각종 개발 붐과 가일층 증가하는 인구 유입으로 도시외형을 키워가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동시에 교통문제와 교육, 질 높은 일상을 담보하기 위한 인프라 등 생활 메커니즘 확대에 대한 기대치가 고도화 되고 있다. 당연한 필요충분조건의 귀결이다.

 

도시의 외적 성장에 대한 해법 찾기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반해 내적 성장에 대한 고찰은 조명되고 있는 것일까?. 신 교수의 ‘가을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을 볼 수 있는, 유구한 역사와 그 안에 갈무리 해온 광주문화의 가치는 동반성장 반열에 있는지 궁금하다. 일견 반비례 대칭처럼 보인다. 

 

문화란 눈이 아닌 가슴에서 뿌리를 내려 잠든 심상에 꽃을 피우는 지고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때 우리의 애씀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 한 편을 쓰기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탐구했고 수차례 산성을 찾아 왕을 지키고 적을 몰아내기 위해 한 줌 흙이 된 영혼들의 넋을 더듬으며 작품구상을 했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편안한 소파에 누워 일독했을 뿐이다.

 

분원은 국내 유일의 조선왕실도자 터다. 일각에서는 남한산성에 이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사옹원을 찾기 위한 고증 접근도, 다양한 장르에서 소재 발굴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의 민낮이기도 하다.

 

변변한 학술회의조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된 사료는 부실하거나 아예 없다고 치부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문화적 가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키려는 숭고한 정신이 살아 숨 쉴 때 빛이 난다는 교훈 앞에서 부끄럽기만 하다.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가 오죽헌에 현모의 귀감으로 성역처럼 있는데 반해 동시대를 살았던 대표적 여류시인이었던 사대부 여인 난설헌 허초희는 후미진 광주에 이방인처럼 한줌 무덤으로 있다. 여성에게 가해졌던 차별과 억압을 고스란히 받은 그녀가 초월 중부고속도로 가파른 기슭에 누워 앞서 보낸 두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대의 질곡을 재조명하는 우리의 수고도 잠들어 있다.

 

광주 처처에는 문화적 소재가 가득하고 무궁한 가치들을 담고 있는 곳이 즐비하다. 거대 물류이동의 통로였던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되는 팔당과 그 지류를 이뤘던 광주의 크고 작은 물길들에 스며있는 숱한 민초들의 애환들은 물안개로만 피어오르고 있다. 

 

석과불식으로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할 다양한 문화의 보고가 광주다. ‘애정을 바칠 수 있는 도시가 강한도시’라는 말이 있다. 개발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에 편승하는 것만이 희망하는 미래의 전부는 아니다. 부박해지는 가슴을 다독일 수 있는 문화적 자긍을 찾고 천착하는 일에도 눈을 들어야 할 때다. 

 

우공이산의 우화처럼 우직하게,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듯 문화의 샘을 퍼 올려 창궐하는 문화의 숲을 가꾸는 일도 오늘의 성장 질주와 더불어 병진해야 할 과제다. 이는 광주를 사랑하는 이들의 몫이며 시대정신이다.

 

<이 글을 2016년 너른고을문학 제21집 기획특집 ‘질주하는 경계에서 샘솟는 문화의 숲을 생각하자’ 제하로 게재된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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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19 [09:43]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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