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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숲을 봐야 문화가 보인다
<추경희가 만난 사람>참지식인...유병기 하남문화원장
시인 추경희

허울보다는 편안함을 아는 사람

이른 아침, 조금 먼저 풀벌레소리를 듣는다. 짜르르르 울리는 매미소리의 후렴구도 싱그럽다. 여름 내내 들었던 소리들이 귀에 쏘옥 들어오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낡은 시집을 열었다. 책갈피에 접어두었던 손때가 묻은 시 한편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바람에 묻어온 잎새가

시간과 더불어 흘러가는 것이다. - 추경희<인연> 전문

 

사람은 긴 시간 여물어가는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때맞아 울리는 종소리처럼 시간에 맞추어 들고 나는 규칙이 아니다. 긴 시간 속에서 여물어가는 것이다. 잠깐 내려놓았다가 찾아가도 긴 말이 필요하지 않는 믿음 같은 배려다.  

 

▲ 유병기 원장     © 시티뉴스

 

하남문화원장 유병기, 그는 편안함을 아는 사람이다. 허울보다는 낡은 옷을 걸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를 알고 지낸지도 벌써 열여섯 해가 넘었다. 그를 생각하면 낡은 체크남방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해 여름도 올해만큼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지인들과 모임이 있어서 그를 만났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몇 해를 보았던 낡은 남방을 입고 나왔다. 긴 소매를 접어 올려 입은 그의 모습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그만의 고정패션이었다. 한번쯤 명품으로 장만하라는 지인들의 장난어린 권유에도 그 후로도 몇 해를 아껴서 입고 다녔다.

 

그는 공부를 즐길 줄 안다.

얼마 전 식사초대로 지인 몇 분과 그의 집을 방문했었다. 서재라면 많은 서적을 갖추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방이다. 읽을거리를 많이 준비했다고 해서 모두 서재가 아니다. 그의 서재는 실속이 있다. 그가 읽어야하고 배우고 싶은 알맹이들이 많이 있다. 그는 역사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많다. 책꽂이에도 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들은 역사서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가시기> 전권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기본이고 최인호의 <잃어버린 왕국>, 조선의 선비들의 일생을 담은 <조선선비의 연구>,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 고대사의 비밀을 작품화한 최인호의 <잃어버린 왕국>, 한국미술의 사료조사서인 <한국미술사> 그리고 하남을 배경으로 한 책으로는 강찬석, 이희진의 하남 위례성을 찾아 나선 역사서 <잃어버린 백제의 첫도읍지>와 21세기 하남시의 재발견<하남의 역사와 문화>, 하남에서 백제의 흔적을 찾은 이강범의 <하남에서 백제를 만나다>와 이외에 하남에서 발간된 <하남시사료집>과 <위례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고서 하나가 있다. 주나라 때부터 송나라 때에 이르는 고시를 풀어놓은 <고문진보>다. 그 옆으로 김구백범일지를 비롯해 <신익희, 장준하, 김준엽, 리영희> 평전 등이 나란히 꽂혀있다. 허울과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그다. 전시용으로 꽂아둔 모양새는 아니다. 그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평소에 그를 보면 공부를 즐길 줄 안다.

 

작은 것에도 소홀함이 없다.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2007년 하남문화원에서 일본의 구마모토현에 있는〈기쿠치성(鞠智城)〉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하남에 있는 이성산성에는 12각지, 9각지, 8각지 등 건물지가 있다. 이성산성을 닮은 기쿠치성을 만나고 난후, 우리 몇 명은 미약하지만 역사공부를 더 해보자는 차원에서 유병기원장을 초대회장으로 하남한성백제연구회 일명 하백회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모임 성격상 친목회로 남겨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체계적인 모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 역사를 알기 위한 기초 공부로 기와, 전통무늬, 건축기초, 성곽, 탑등 스터디시간을 마련하고 매달 그에 따른 답사를 진행했다. 그는 작은 것에도 소홀함이 없다. 덕분에 회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역사에 대해 흥미도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친한 지인들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학교공부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마침 지인들이 학위과정 중에 있던 터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그때 그가 한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학위보다는 내가 먼저 공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고 자유롭게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내겐 더 필요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떠냐? 내가 좋아하는 공부부터 하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겠다.” 그랬었다. 그리고 그는 하남에 대한 참지식인이 되었다.

 

▲ 유병기 원장     © 시티뉴스

 

큰 숲을 봐야 문화가 보인다.

올해 5월 하남문화원 임시총회에서 유병기원장이 제7대 문화원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되었다. 7월 1일을 시작으로 4년간 하남문화를 위한 일꾼이 되었다. 그의 꼼꼼한 성격이라면 임기 동안 하남문화 발전에 많은 기대를 한다.  

 

“원장취임을 축하드려요.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체성 찾기입니다. 지역의 심장은 주인의식입니다. 제가 어디서든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남은 한성백제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술연구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서 시민들로부터 자부심 있는 주인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그에 따른 준비된 프로그램이 있는지요?”   “벌써 시작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하남문화원에서 작년 12월 17일부터 3박 4일 동안 일본 규슈의 기쿠치성에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10여명으로 구성된 학술조사단을 파견해 학술토론회를 가졌습니다. 그곳에는 하남 이성산성에서 발견된 9각 건물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하남에서도 이성산성과 기쿠치성을 연계, 기쿠치성 내 저수지에서 발굴된 백제 금동불상등 백제인 들의 발자취를 적극적으로 연구조사 한다면 하남의 정체성을 찾는데 큰 성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남에서 간과하고 있는 문화자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남의 향토사에 따른 접근 방법입니다. 종전의 문화원과는 달리 향토사 연구 등 하남문화에 대한 고찰과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 하남은 신석기 시대에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전국 최대의 행정구역인 ‘목’으로 존재했던 곳입니다. 이런 문화적 역사를 고증하고 문헌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면 시민들의 역사의식이 하나로 통일되는 기대효과가 있습니다.    

 

▲ 대화를 나누는 유병기 원장과 추경희 시인     © 시티뉴스

 

하나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 문화다.

유병기원장, 그는 변화와 발전 앞에서 강해진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그는 강하고 타협을 모른다고, 과연 지역의 정체성 앞에서 타협이라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인가?   우리는 각자 다른 하루 속에서 수많은 모양으로 살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의 공통분모를 찾아간다. 문화도 그렇다. 지역의 주인으로 각자의 몫을 다한다면 발전과 도약이라는 결과물이 생긴다. 문화마당을 가꾸어 가는 길에  가끔은 바람도 불고 진눈깨비도 내리겠지만 그것 또한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처럼, 이 시간이 지나면 청명한 가을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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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8/24 [08:47]  최종편집: ⓒ 시티뉴스
 
문화인 일오삼 16/08/24 [16:21] 수정 삭제
  항상뵈면 조선시대 선비같은 지조와 절개 존경합니다 하남 정통성을 위해 열심히 부탁드립니다 응원합니다
자연인 선비 16/10/16 [17:45] 수정 삭제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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