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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배알미 ‘스토리텔링’ 인프라 필요
<시티칼럼> GB해제 전 취락지구계획에 ‘역사문화 가치’ 담아내야
고승선 대표기자

얼마 전 작고한 이 시대 깨어있는 지식인 중 한 사람이었던 고 신영복 교수는 세계기행문집 ‘더불어 숲’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 가나자와시가 보여주고 있는 공동체 건설을 목도하고 “문화의 집적이야말로 산업의 인큐베이터이며 그것이 곧 ‘삶의 질’이라는 자각이 매우 인상적 이었습니다”고 했다.

 

또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1m의 코스모스 길은 한 개 점에 불과하나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이 가을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이 된다”고 술회한 바 있다.

 

신 교수의 문화 소론은 하남시가 11일 발표한 ‘배알미동 집단취락지역인 아랫배알미 3만6300㎡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대목에서 ‘하남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대입해보며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물음에 앞서 두 가지 사실을 꺼내놓고 싶다. 하나는 실제 있었던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일이다.

 

창우리에서 팔당댐까지 잇는 4차선 도로개설 당시의 일이다. 경기대학교에서 이 구간 지표조사를 할 당시 이 학교 교수와 지표조사 관계자들이 자주 찾던 식당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표조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을 즈음 이 식당이 ‘도미나루’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손님들의 얘기를 귀동냥하던 주인이 식당 주변이 도미나루터라는 조사결과를 듣고 서둘러 식당 상호를 교체한 것이다.

 

식당주인은 상호만 바꾸는데 그치지 않았다. 각종 상품에 대해 특허출원에 나선 것이다. 삼국사기에 처음등장한데 이어 동사열전과 동국통감 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 등 여러 문헌에서 등장한 정조관의 상징인 도미설화의 배경이 자신의 식당 주변이 된다는 확신 하에 소위 대박을 꿈꾼 것이다. 상술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문화에 대한 가치를 눈여겨봤다는 점에서는 하남시보다는 한 수 위였다. 

 

수년이 흐른 이후 식당 주인은 대박의 꿈을 모두 접고 깨끗이 손을 털었다. 하남시에서 도미설화에 대한 그 어떠한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화 인프라 부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6일과 17일 문화예술회관 아랑홀에서는 유니온스퀘어 개장을 앞두고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1차 고객서비스 교육이 진행됐다. 이번 교육은 물론이고 아랑홀에서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이 공간이 왜 ‘아랑홀’로 명명되게 됐는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외면하고 있다.

 

아랑은 소설가 월탄 박종화 선생이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도미 설화’를 바탕으로 백제의 개루왕과 도미 부인의 이야기를 통해 부부의 참된 사랑을 보여준 단편소설 ‘아랑의 정조’를 통해 도미부인의 이름을 소설 속 주인공인 ‘아랑’으로 설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초대 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취임한 김태기 관장이 이 같은 하남의 문화유산을 되살려 보고자 소극장을 아랑홀로 이름 붙이게 된 것이다.

 

덧붙이자면 하남을 대표하는 무용가 허성재씨는 도미부인을 주재로 저 먼 러시아 땅을 찾아 공연을 펼치는 등 하남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문화전도사 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 도미부인 설화와 아랑에 얽힌 하남시에서의 소사를 들먹인 이유는 그 배경이 검산단 자락 한강변을 무대로 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게 되는 배알미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창우동에서 팔당댐으로 이어지는 길은 천년을 이어 온 스토리텔링의 길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할 무궁한 가치가 숨겨져 있다는 얘기다.

 

법정동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배알미동(拜謁尾洞)은 학계에서 말하고 있는 ‘큰 산과 큰 마을’을 일컫는 순우리말 ‘벌미’가 변한 것으로 하남시사편찬위원회가 제작한 ‘역사도시하남’에 따르면 검단산(675m) 7부 능선에 무명사지 터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없었던 그 옛날, 물을 따라 오가는 뱃길은 오늘날의 고속도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두 물줄기가 합수하는 팔당, 그곳에서 다시 한양을 향해 막 출발하는 지점이 배알미동이다. 강원도와 충청도에서 목재와 약재를 팔고 회귀하던 황포돛배들이 다시금 두 갈래 물줄기를 따라 헤어짐을 하던 곳이 배알미인 것이다. 그래서 큰 마을이 자리했던 곳이라는 뜻에서 벌미에서 배알미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중심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는 아랫배알미다.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인 아랫배알미가 이제 행정절차를 밟아 올해 말이면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외투를 벗게 된다. 일정 규모의 개발행위가 가능해 진다는 셈이다.

 

배알미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뿐 역사가 깃든 가치 있는 문화의 숲이다. 검단산 등산로 중 한 곳이기는 하나 차량 한 대도 변변히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도 없는 곳으로 외면 받고 있는 곳이다. 반면 수도권 식수원을 담보하고 있는 수자원공사 제1취수장과 구 사택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천년의 도미설화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고 도로개설 공사로 자취를 감춰버린 옛길의 흔적이 남아있음에도 배알미동은 하남 둘레길 조차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머지않아 흔적조차 없이 역사 기록에만 남긴 채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라도 외면하고 잊고 있었던 하남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려면 배알미동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앞서 그 가치를 담아내는 취락지구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할 때다.  

 

복원이나 복고가 아니어도 좋다. 적어도 문헌이나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을 찾아 이를 역사적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할 수 문화 인프라를 고안해 내자는 것이다. 가을이면 대거 몰려들게 될 수도권 최고를 자랑하는 복합 소핑몰 하남유니온스퀘어를 찾는 이들에게 하남시만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발길을 잇게 할 것인지는 고스란히 하남시의 몫이다. 

 

여기에 보태자면 하남의 터전을 뭉개고 앉아있는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유휴용지와 가용 토지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수자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동시에 물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수족관을 곁들인 홍보관 등 교육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채근하는 일도 병행되면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검단산 품에서 한강에 길을 내준 배알미동은 하남시가 지켜내야 할 역사와 문화가 있는 숲이다. 자동차로 몇 분안에 통과하도록 내버려 둘 그런 가벼운 곳은 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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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3/20 [17:45]  최종편집: ⓒ 시티뉴스
 
우와 훌륭한 기사입니다. 뭉텡이. 16/03/21 [09:11] 수정 삭제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시청에서 꼭 보았으면 하는 기사입니다.
하남시 문화유산 개사리 16/03/23 [09:25] 수정 삭제
  하남을 자랑하고 ?아가고 싶은 문화유산이 어디 인가요 남한산성은 타시에 내주고 고골저수지 탑산골? 개발에 너무 삭막해져 버리고 바로 그곳 도미나루 개발 이라 생각합니다 잘조성된 한강변 갈대숲 개천변 ?꽃길을 걸어 후손들에 진정한 사랑과 오랜 선조들에 역사와 추억이 있는 도미나루 배알미 검단산 까지~~정말 생각해볼일 아닐까요 기자님 글을 전문가님들은 꼭보시고 중국을 밴치마킹 해보시지요 지하철이 연결 되면 출퇴근용이 아닌 볼걸이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야 하남이 진정한 발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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