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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이유로 대금지급 거절할 수 없다’
판례ㆍ법조ㆍ경제인 등 “일부라도 지급해야” 한 목소리
김영수 기자
<속보> 하남농협과 납품업체간 추석선물 대금 지급을 놓고 벌이는 분쟁의 핵심은 ‘하자있는 물건에 대한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판례, 법조계, 지역 경제인들의 공통적인 입장은 중대한 하자가 아닌 한, 대금지급 자체를 거절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거래관행상으로나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 제품의 질은 AS문제이지, 대금지급 거절사유는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통상 제품을 납품할 경우, 제품의 질이 문제가 된다면 하자담보 책임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대금 지급 자체를 거절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업법무 컨설턴트인 박영식(China&Japan 인터내셔널 대표ㆍ법학박사)씨는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보거나, 판례를 봐도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건축물 하자보수와 관련한 판례에서도 「하자의 보수에 갈음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도급인은 손해배상의 제공을 받을 때까지 손해배상액에 상당하는 보수액의 지급만 거절할 수 있고, 나머지는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대법 90다카 230판결 등)」 「일반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채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 항변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 배척된다(대법 2001다9304 판결)」는 입장이다.

박영식씨는 “건축물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판결이 대금지급 자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인데, 납품제품에 대해 대금전체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갑’의 횡포”라고 결론지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품을 납품받았다면 제품 대금은 지급하되, 질에 대한 문제는 차후 손해배상, AS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100% 배송완료 자체가 이행 불가능한 원천적 무효?
하남농협의 이번 물품 대금지급 관련 분쟁은 하남농협이 1억원이 넘는 물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문서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통상 기업간의 상거래는 문서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남농협은 그러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배송완료 즉시 대금 지급’이라는 구두상의 계약 자체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배송완료라는 것이 100%인지, 통상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또 물품이 ‘멸치’라는 수산물의 성격상 제품의 질에 대해 편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도 하남농협이 ‘물품대금 감액ㆍ조정’ ‘대금지급 기일 지연’등 제품 질의 하자에 대해 어떠한 조건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금지급 자체를 거절하는 것은 하남농협이 업무처리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 자체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물품의 성격과 주문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홈쇼핑의 경우 일반적으로 5%안팎의 배송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번 경우, 납품업체는 하남농협으로부터 조합원 주소록을 받아 배송했다.
 
◇ 정부의 ‘명절 전 임금ㆍ대금지급 원칙’에도 벗어났다
하남농협의 이번 물품대금 지급 거절은 정부가 ‘명절 전 임금ㆍ대금을 지급하라’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원칙에도 벗어난다.

또 하남농협이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 <시티뉴스>가 5일 하남농협에 클레임을 제기한 조합원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구했을 때, 하남농협측은 ‘조합원이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전화가 왔다’ ‘멸치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일반적인 여론만 내놓았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말 납품업체가 질이 낮은 제품을 납품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하나, 이번 사안과 유사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또 다른 납품업체도 하남농협으로부터 물품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멸치 추석선물의 경우 하남농협측은 ‘지리’를 요구했으나, 올 여름 집중호우로 조업상황이 좋지 않아 물건을 맞추지 못해 업체측은 ‘자멸’ 중 최소 크기의 것을 공급하기로 농협측과 계약했다.

통상 멸치는 크기에 따라 △지리(1.5~2㎝) △자멸(2~3㎝) △소멸(4㎝ 안팎) △중멸(5~7㎝) △대멸(7㎝ 이상)로 구분하는 데, 하남농협측은 규격 외 제품으로 질이 떨어진다고 문제를 삼고 있고, 납품업체는 재배송 등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영식씨는 “이번 경우, 수산물이라는 제품의 특성 등을 봤을 때, 최소 50%정도는 일단 지급하고 차후 대금 감액조정 등의 절차를 밟는 것이 통상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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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06 [10:09]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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