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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억제, 경제성장 비례 기본법질서' 강조
<초대석> 박영렬 수원지검장, ‘추진주체’와 ‘평가주체’ 설정 검찰상 쇄신
고승선, 김영수 기자

" 한 마을 주민들 삶의 터전 찾아준 일" 가장 기억나
 
초임검사 시절인 1984년 박영렬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은 부동산 매매 사기 사건을 접하게 된다.
 
원래 땅 주인의 후손은 아버지가 이미 1957년도에 작고했으므로, 1958년도에 부친의 이름으로 이뤄진 매매계약은 원천무효로 일종의 사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 강동구 하일동의 한 집성촌 주민 20여 세대는 1958년도에 분명히 땅주인과 정상적인 매매계약을 맺어 지금의 집성촌을 이뤄 살게 됐으며, 땅주인은 사망신고 내용대로 매매계약후인 1959년도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땅주인이 ‘1957년에 사망했느냐, 1959년에 사망했느냐’가 사건해결의 열쇠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미 민사소송 1심 판결까지 내려진 이 사건은 판결내용대로라면 한 마을 주민 모두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할 판에 몰린 상황이었다.
 

▲ 서민경제 침해사범에 대해 단호하게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박영렬 검사장     ©시티뉴스


이 사건에서 박 검사장은 ‘상식’선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두 명쯤이면 모르겠지만, 한 마을 전체가 땅주인이 죽은 뒤 거짓으로 계약을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마을 주민들의 주장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땅주인의 후손 측에서는 비록 부친의 사망신고는 1959년도에 했지만, 옛날에야 다 2~3년 늦게 출생신고하고 사망신고하지 않았느냐며 강력하게 계약무효를 주장했다.
 
한 달 가량 사건해결을 위해 고심하던 박 검사장은 ‘그 정도 재산이 있는 집안이면, 분명히 돌아가신 분의 묘지에 비석을 세웠을 테고, 그렇다면 비석에까지 거짓으로 생몰연도를 적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지나가는 말로 땅주인의 후손에게 ‘하여간 부친은 잘 모셨느냐’고 묻자, ‘잘 모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어디에 모셨습니까? 이장하지는 않았구요?’라고 한 번 더 묻자, ‘이장한 사실은 없고, 유명한 공원묘원에 모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 검사장은 이를 근거로 당시 공원묘원을 관리하던 기관의 장부를 열람해 1957년~1959년에 매장한 모든 기록을 찾았다. 그 결과, 땅 주인은 1959년 사망해, 이 공원묘원에 안장했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땅주인의 후손 측이 거짓말을 했고,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 옳았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줄곧 서민경제 침해사범 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사회지도층 부정부패 척결에는 엄단...생계형 범죄에는 관용

이런 박 검사장의 수사에서의 소신은 지난 8월12일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가진 취임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박 검사장은 특히 서민경제 침해사범에 대해 단호하게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검사장이 적시하는 서민경제 침해사범은 △상가주변 보호비 갈취 등 민생침해 행위 △불법 사금융ㆍ채권 추심행위 △신용훼손 등 경제 불안 조성 행위 △불법 다단계ㆍ유사 수신행위 △불법 사행행위 등 다섯 가지다. 박 검사장은 이를 ‘서민경제 5대 침해사범’으로 지목, 철저한 수사로 다시는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작정이다.
 
박 검사장은 “법을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혜택을 받고, 법을 어기는 사람은 반드시 불이익을 당하는 사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회”라고 강조한다. 경기남부지역은 대규모 산업단지, 주택단지 등 각종 개발이 활발해 노사분규와 집단 불법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어서 법질서 확립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 박 검사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 검사장은 다수의 위력이나 폭력적 방법으로 의사를 관철하려는 불법집단행동과 대규모 불법사태를 배후조정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예정이다. 공직비리나 탈세 등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박 검사장은 철저한 수사를 원칙으로 삼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각종 개발행위가 많은 경기도의 경우 부정부패의 원천은 검은돈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검은돈은 마땅히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이 뇌물로 둔갑한 것으로 이는 곧 탈세의 원천인 동시에 부정부패의 근간을 이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철퇴작업이 박 검사장이 각별히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법의 잣대로만 처리하지 않고 있다. 사회 통념상 계획적이거나 조직적이 아닌 단순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는 관용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경제사정을 감안한 조치이다. 때문에 박 검사장은 일선 검사들에게 단순 생계형 범죄에 있어 초범일 경우 처벌 중심이 아닌 1차 경고를 통해 재발을 방지토록하고, 재차 적발시에는 처벌을 하도록 하는 완급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를 조절, 사회 안정을 가져오겠다는 것이 그의 기본 신조다.        
 
 수사기관을 ‘추진주체’로 사건 관계인을 ‘평가주체’ 설정...검찰상 쇄신


▲ 고향에 대해“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격려해주는 살가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는 박 검사장.     © 시티뉴스

박 검사장은 KDI의 연구보고서를 인용, “OECD 회원국의 평균 법질서준수 지수가 6점 만점에 5.5점인데, 우리나라는 4.4점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가 평균 지수만 유지한다면 추가로 GDP 1%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선진일류국가 만들기에 검찰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즉 범죄억제와 경제성장은 비례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런 기본적인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된 법집행을 해야 하며, 그래야만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서민생활 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 검사장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부르던 참고인, 사건 관계인, 피의자, 수사대상자 등에 대한 태도부터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수사의 ‘추진주체’라면, 사건 관계인을 포함한 일반 국민은 검찰의 업무를 평가하는 ‘평가주체’라는 것이 박 검사장의 지론이다.
 
평가주체에 대한 추진주체의 공정한 대접이 있어야만, 검찰이 본령으로 삼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절차적 인권의 보장’이 실현된다고 박 검사장은 강조한다.
 
박 검사장은 하남 감북동(당시 광주군) 274번지에서 출생, 서부초등학교를 거쳐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400여년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감북동에는 그의 부모와 친지들이 대를 이으며 지역사회에서 두터운 신임으로 향토애를 쌓아가고 있다. 박 검사장의 15대 선친은 영의정을 지낸 박승종 옹이며, 14대는 경기도 관찰사를 지낸 박자흥 옹으로 감북동에 모셔져 있어 매년 조상들을 찾고 있다. 지금도 가금씩 고향 친구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박 검사장은 고향에 대해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격려해주는 살가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며 “그분들을 뵐 때마다 언제나 바르게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검사장은 사시 23회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검사 △대전지검 특수부장 △수원지검 형사부장 △법무부 공보관 △서울지검 외사부장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광주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초대석 기사는 20일 발간 예정인 시티뉴스 자매지인 '시티인' 가을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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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08 [11:34]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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